바야흐로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땀은 그치지 않지, 숨은 턱턱 막히지, 하다 하다 밤늦은 시간까지 후텁지근해 좀처럼 잠들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이 시기가 찾아오면 습관처럼 찾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의 입을 타고 흘러 어둠 속에 도사리며, 끔찍한 몰골 어딘가에 쓸쓸함을 감추고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있을 리 없는 허무맹랑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어쩐지 오늘 밤은 엄마랑 같이 자고 싶게 만든다. 시원함을 찾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면 그만임에도 밤만 되면 괜스레 TV를 켜게 만드는 여름 풍류의 결정판! 공포와 호러물이 바로 그것들이다.

공포나 호러의 본좌라 하면 역시 공포영화겠으나 덕후라면 한 번쯤 공포 애니메이션을 찾아 헤매본 적이 있을 터이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호러 장르에 강세를 보이는 일본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품 수가 적게 나올지언정 나올 때마다 명작 타이틀을 쟁취해내고는 한다.

요괴와 귀신에 대한 괴담 이야기가 정통 호러물이라고 한다면, 다량의 피가 노출되거나 신체 훼손(고어) 등 소름 끼치고 기이한 연출을 강점으로 내세운 요즈음의 공포물은 장르도 무척 다양해졌다. 일본의 호러 애니메이션 또한 전체 연령가 수위의 으스스한 괴담 애니부터 눈 뜨고는 못 볼 만큼 잔인한 애니에 이르기까지 여름마다 다양한 공포물을 선보이고 있다.

피는 못 보지만 공포물을 즐기고 싶은 당신을 위해! 장기 자랑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스토리까지 챙기는 공포물을 찾아 헤매는 당신을 위해! 신랄한 고찰과 숨 막히는 스릴러 요소까지 함께 지닌 동양풍 공포물을 선호하는 당신을 위해! 요즘 대세, 떠오르는 호러계의 샛별인 좀비물까지 챙겨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더운 여름밤을 함께 해 줄 호러 애니메이션 추천을 시작한다.

 

※주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기사이며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미성년자 시청 불가 등급의 애니메이션이 포함되어있음을 미리 안내드린다. 시청 전 검색해 보시기를 바란다.

 

자극적인 연출은 줄이고, 괴담 분위기는 충전하고!

(출처 : 구글 검색)

백귀야행(요괴나 귀신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집단을 이루어 깊은 밤에 마을을 행진한다는 전설)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영적인 존재와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만큼 요괴 등의 영적 존재의 수나 전설이 많기로 유명한데, 이 애니메이션 ‘학교괴담’이야말로 여름에 꼭 맞는 일본풍 괴담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 호러 애니를 보기 전 걸러야 하는 유혈 및 고어 요소가 없다시피 하며, 내용 자체도 오래된 초등학교 건물 등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옴니버스식으로 엮어 멘붕이 없고, 초자연적인 존재와 요괴 이야기에 충실하다.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마일드한 호러 애니메이션이지만 스토리가 무척 탄탄하고 어른이 봐도 흠칫흠칫 놀랄 정도로 공포 연출이 출중하다.

다만 16년 전 제작된 오래된 애니메이션이니만큼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점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고전 애니메이션의 작풍이나 연출을 꺼리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처음 시청이 다소 힘들 수 있겠다. 그러나 명작은 괜히 명작이 아닌 법, 시청 후에는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에 깜놀했다는 감상평을 남기게 되리라 장담한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괴담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학교괴담보다는 가벼운 분위기와 스토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비교적 최근 작품이기에 더욱 간편히 접해볼 수 있겠다.

 

일본 풍 곡성? 폐쇄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흡혈귀담

(출처 : 구글 검색)

죽었다 살아난 내 이웃이 나의 피를 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어둠 속에 숨어 목숨을 노리는 존재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인간과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도 인간의 피가 없으면 굶어 죽는 시귀(시체귀신, 屍鬼)의 생존 경쟁을 섬뜩하고 처절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감히 ‘살아 돌아온 시체’ 라는 공포적 소재는 물론이거니와 집단 심리와 인간에 대한 고찰이 적절하게 섞인 수작 호러물이라고 평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시귀는 묵직한 주제를 잘 살려낸 스토리, 흡혈귀+살아 돌아오는 시체 괴담에서 탄생한 공포 소재를 적절히 활용한 스릴러 연출이 압권이다. 흡혈귀 소재가 뻔하다고 해서 섣불리 판단하지 말지어다. 죽은 자가 무덤 밖으로 걸어 나와 산 자를 불러내어 저승으로 끌고 간다는 일본의 전통 괴담이 섞여 무시할 수 없는 긴장감이 생긴다. 깜놀물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느낌이다.

초반에는 미지의 존재에게 습격 받는 공포를 만끽할 수 있는 섬찟한 호러 서스펜스를, 후반에는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 온전히 드러나는 묵직한 주제를 고찰해보는 즐거움이 있다. 작품 전반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고어 및 폭력 행위가 묘사되어있다. 불편함을 느낀다면 피해가길 권하나, 발목부터 시작해서 턱 밑까지 차오르는 비릿하고 짙은 분위기를 찾고 있었다면 올 여름 밤 이 작품을 잊지 말고 즐기시길 바란다.

호러물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할 수 있으나,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묵직한 주제를 던지는 작품으로 ‘기생수’를 함께 보시길 추천한다. 시귀에 매력을 느낀 당신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터이다.

 

때로는 귀신보다 무섭고 맹수보다 잔인한, 사람

(출처 : 구글 검색)

여름, 반복되는 비극, 신의 저주. 고립된 시골 마을 히나미자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충격적인 스토리와 작화로 표현해낸 ‘쓰르라미 울 적에’를 소개한다. 1화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일상물인 척 어필한 뒤, 기이하고 잔인한 표현으로 혼을 쏙 빼놓는 작품으로 호러 애니메이션 추천 순위 상위권을 꿰어 차고 있는 명작 중 하나이다.

사람의 의심을 증폭시켜 환각과 환청을 부르고, 극도의 폭력성을 부추기다가 결국 본인조차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오야시로님의 신벌’을 주제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대략적인 스토리만 놓고 보면 ‘아 그런가’ 싶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백미는 바로 표현 방식이다. 위에 소개한 신벌을 받은 인간이 주변을 부수어 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공포가 비주얼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도 무척 충격적이고 과격하여 몇몇 이들은 트라우마로 남은 애니메이션에 쓰르라미 울 적에를 꼽기도 한다.

더군다나 이야기 구조가 무척 꼬여있어 초반에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해답 편’으로 불리는 2기로 갈수록 공포 및 고어 묘사가 줄어든다. 초반 스토리가 이해가 안 되고 무섭기만 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해답 편은 훌륭한 스토리로 화답해준다. 영문 모르고 1기를 본 뒤 2기를 보면 꿀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1기와 2기를 보면 정식 루트를 전부 다 보았다고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면 외전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쓰르라미 울 적에 : 례’‘쓰르라미 울 적에 : 황’을 찾아보아도 되겠다. 또한 같은 게임 개발사에서 출시된 ‘괭이갈매기 울 적에’ 역시 애니화가 되어있으니 이 또한 참고하자.

 

도망칠 수 없는 현재에서 현실을 꿈꾸는, 좀비 떼 속 소녀들의 이야기

(출처 : 구글 검색)

‘School life!’가 아니다. ‘School-live!’ 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면서 학원 치유물이라고 소개한다면, 그 사람에게 큰 잘못을 한 적이 없었나 다시 한 번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편이 좋다. 말랑말랑한 모에체일수록 스토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선대 덕후들의 명언을 되새기게 만드는 본격 생활 좀비 서바이벌 ‘학교생활!’의 공포를 충분히 맛 보는 것이 좋다.

희대의 사기 오프닝으로 먼저 유명세를 타고, 과연 작가가 같은 인간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의 스토리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던 화제의 좀비물이 바로 이 작품이다. 여태까지의 좀비물의 장르가 어딘가 붕 뜬 채 일상에서 조금쯤 떨어진 액션 호러에 가깝다고 생각한 당신이라면 아마 ‘좀비 사태가 터지자마자 이렇게 빠릿빠릿 움직일 수 있는 거야?’ 라는 질문을 해 보았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작품 학교생활! 의 아픈 부분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스토리는 당신에게 딱 맞을 것이다.

어째서 다른 좀비물이 아닌 학교생활 인가 하면, 좀비물의 호러 포인트를 가지고 현실적으로 가장 접하기 싫은 부분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 소녀 중 한 명인 ‘유키’의 시선으로 본 학교 연출이 가장 소름 돋는다고 평가 받는데, 묘하게 일상적인 그녀의 시선과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의 학교를 교차로 보여주는 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다.

학교생활! 과 비슷한 작품으로는 위에 소개한 시귀를 들 수 있다. 좀비물(…) 류에 들어가고 어둠의 다크니스류의 스토리로 공포와 멘붕을 모두 챙길 수 있으니 이야말로 일석이조 되시겠다.

 

정통 공포물부터 이 시대의 공포물인 좀비물까지, 네 편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해보았다. 어떤 공포는 자신이 모르는 미지에서부터, 어떤 공포는 견뎌내기 힘든 현실에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

혈관이 차게 식고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며 때로는 비명을 지르고 때로는 견디지 못해 보던 것을 관두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시기, 이 여름을 기다리고 다시 한 번 살 떨리는 오싹함을 찾아나서는 이유는 정해져 있을 터이다.

스릴과 긴장, 위기와 탈출! 공포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싹함과 짜릿함은 다른 어떤 콘텐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피서법임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나중, 잠 못드는 밤의 즐거움을 위해 공포 애니 한 작품을 쭈욱 정주해보시기를 권해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