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2017년의 한 달을 또다시 헛되이 보냈음을 한탄하며 8월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스포츠 팬들은 다른 이유로 술렁이고 있었다. 한 프로게이머의 합동방송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프로게이머의 실시간 게임 방송은 새로울 것 없는 콘텐츠이지만 이날, 김인재(EscA) 선수의 방송에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 함께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막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 팀 루나틱하이 소속이자 2016년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 대표팀이었던 김인재 선수는 방송에서 ‘바부얌갑이랑 같이 해도 되나요?’라고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던 그는 ‘나에게는 친한 동생’이라며 ‘바부얌갑’ 전 프로게이머 금동근과 함께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한다. 금동근은 루나틱하이 소속이었으나 지난 2월 2일 같은 팀 이태준과 함께 팀에서 나와 은퇴했다. 그가 팀에서 쫓겨나듯 나온 이유는 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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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버워치 프로팀 루나틱하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버워치 APEX에서 최초 2회 연속 우승을 한 국내 최고의 오버워치 프로팀 루나틱하이는 현재 아시아 랭킹 1위, 세계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실력에 걸맞게 팬덤 역시 독보적이다. 경기 직관과 팀원들의 개인 게임 방송 등으로 형성된 이 팬덤은, 팀원들의 게이머로서의 실력은 물론 팀원 간의 특별한 유대감에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버워치 팀 창설 당시 멤버들은 다른 FPS 게임에서도 이미 한 팀으로 오래 게임을 해왔다. 특히 이태준, 김인재, 금동근은 루나틱하이의 블랙스쿼드 팀에서도 함께 게임을 해온 사이로, 인터뷰에 따르면 오버워치 팀 창설 멤버로 게임을 한 지는 4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토록 끈끈한 유대감은 게이머 개인 뿐 아니라 루나틱하이라는 팀 전체를 소위 ‘안고 가게’ 만들었다.

게임 실력은 출중하지만 어쩐지 번번이 2위를 하는 바람에 콩나틱하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던 루나틱하이는 올해 4월에 있었던 오버워치 HOT6 APEX 시즌2에서 첫 1위를 거머쥐며 명실공히 한국의 가장 막강한 프로팀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이 오버워치 HOT6 APEX 시즌2를 치루고 있던 도중, SNS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월 31일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 트위터 계정은 루나틱하이의 멤버였을 당시 딘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던 금동근이 팬들에게 접근해 만남을 가진 일을 폭로하고 있다. 금동근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사적으로 연락해 사진이나 만남을 요구했다. 연인으로 관계가 발전한 팬과는 성관계를 가진 후에 관계에 소홀해지다 헤어지기도 했다. 금동근은 헤어진 후 며칠 되지 않아 다른 팬과 연락을 취하거나, 양다리를 걸치기도 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팬이 미성년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적인 감정을 담은 연락을 이어가고, 교복을 입고 경기에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 이태준은 자신의 개인방송에서 팬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프로게이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한다. 그러나 발언과 다르게 이태준 역시 동시에 다수의 팬들을 만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스포츠 커뮤니티는 연이어 벌어진 공론화에 큰 충격을 받는다. 게이머와 팬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관계에 젠더권력이 동시에 작동한 이 사건들은 남성 게이머들이 여성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성 비중이 높은 루나틱하이 팬덤은 더더욱 타격이 컸다.

금동근 전 프로게이머 via.구글

 

이에 루나틱하이 측은 빠르게 대처한다. 2월 1일 루나틱하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 선수의 사과문과 함께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다.

 

■ 루나틱하이 공식 사과문

안녕하세요

루나틱하이를 맡고 있는 백광진이라고 합니다.

먼저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붉은 닭의 해는 다들 하시는일, 계획한 대로 잘되시길 기원 합니다.

오늘 이렇게 공지를 올리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저희 팀의 선수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재발 방지차 구단 측의 조치 사항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대로 저희 팀의 ‘이태준’ 선수가 옳지 못한 행실로 저희 팀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에게 폐를 끼친 점이 확인 되었습니다.

추가로 ‘금동근’ 선수도 저희 팀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사적으로 연락하여 잘못된 행동을 한점이 확인 되어 위의 두 선수를 구단차원에서 징계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징계 내용은 ‘이태준’, ‘금동근’ 두 선수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APEX S2 잔여 경기에 출전을 금지하고, 두 달간 팀 행사및 일정에 모두 배제시키겠습니다.

두 명 모두 e-sports 선수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였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위와 같은 조치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팀을 관리하는 입장으로써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다시한번 저희 팀을 사랑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분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래는 선수들이 적은 사과글 전문입니다.

– 이태준 선수 사과글

“안녕하세요. 루나틱하이 이태준입니다.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이야기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사과 말씀 드리려고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몇달간 sns를 통해서 몇몇 팬분들과 사적으로 연락을 했습니다.

우선 저와 메세지를 주고받으셨던 분들께 고개숙여 죄송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철 없던 제가 범했던 가벼운 행동들로 인하여 큰 상처를 입으신 것 같아 진심을 다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행동으로 인하여 상처받으신 모든 팬분들께도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늘 저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던 팬분들의 마음을 알기에 더욱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또한, 이 일을 통해 피해 입은 팀원들과 팀 관계자 분들께도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일을 겪고 많은 걸 깨닫고 느꼈습니다. 자숙기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고 반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 하지 않도록 조심히 행동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금동근 선수 사과글

“안녕하세요, 저는 루나틱하이 금동근입니다.

저는 수차례 sns와 메신저를 통하여 사적으로 팬분들에게 만나자는연락을하고 사진을 요구 하였습니다. 적발이 되기 전에도 여러번 같은 행동을 계속 더 했음을 고백합니다.

제 그러한 행동이 프로게이머의 신분에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이였으며 팀관계자분들과 팀원 들에게 좋지 않음을 알았음에도 지속적으로 sns로 연락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되라는 생각과 신분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항상 하였으나 자제를 못해서 이러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저는 수차례 팬분들에게 사적으로 연락한 것에 대해서 깊게 뉘우치며 저의 행동으로 팀원들과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피해를 준점을 반성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적발이 됐을 때 그저 아무것도 아니겠지라고만 생각을 하였으나 지금 이렇게 사과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제가 철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하게 알기 위함으로 이런 사과글을 쓰라고 한 의미를 이제야 알게된 점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저로 인하여 피해받으신분들과 또 한 저를 믿어주셨던 팬분들 그리고 저 때문에 피해가간 저희팀과 관계자 분들에게도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이후, 이태준과 금동근은 각각 팀에서 탈퇴와 프로선수 은퇴를 선언한다. 일절 변명 없이 진행된 깔끔한 대처 덕분에 루나틱하이는 팀의 불명예를 안고도 팬덤은 물론 오버워치 프로리그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APEX 시즌 진행 중 두 명의 팀원이 나가 경기에서 불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첫 1위를 거머쥔 드라마틱한 역사를 쓰기도 했다. 루나틱하이는 7월 APEX 시즌3에서도 연달아 1위를 쟁취한다.

 

via.루나틱하이 공식홈페이지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루나틱하이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인 김인재 선수가 개인 방송에서 금동근과 게임을 한 것은 팬들에게 적잖은 혼란을 주었다. 금동근이 잘못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복귀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김인재 선수가 복귀를 돕고 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팬들은 김인재 선수의 행동을 ‘의리 있는 행동’이라고 감싸거나 아예 외면하는 두 가지의 극단적인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김인재 선수가 어떤 입장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은 없다. 그가 금동근과 무슨 마음으로 방송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인재 선수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금동근의 복귀를 의심하거나, 최소 그의 프로게이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만약 금동근이 선수로 복귀한다면 이번 합동 방송은 복귀에 한 몫 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김인재 선수가 금동근이 팀을 나가고 은퇴까지 하게 된 정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금동근과 팬들 그리고 단호히 대처한 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보다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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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포츠의 승부는 게이머가 내린 순간순간의 선택에 따라 극적인 승부로도, 어이없는 패배로도 이어진다. 누구보다 스스로의 선택에 신중하고 빠른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게이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게임에서 언제 궁극기를 쓸지 고민하는 만큼 팬을 대할 때 고민하고 있는가? 적어도 지금은 다소 실망스러운 대답이 나온 듯하다.